기타 시와 문학/시학
자기장을 읽다
석란나리
2013. 1. 16. 09:48
자기장을 읽다
길상호
밟혀도 꿈틀, 움직일 수 없다
마른 흙바닥 위에
지렁이는 죽고 말았다
자성 강한 죽음이
반대 극의 식욕을 불러들인다
쇳가루처럼 시커멓게
달라붙은 개미 떼
자기장이 참 길기도 하다
식은 국밥 대신
제 몸 한 조각씩 대접하는
한낮의 뜨거운 장례
꼬마들도 뭔가에 이끌린 듯
눈을 떼지 못한다
자기장을 유유히 벗어나는 건
배가 없는 바람뿐이다
-[현대시학], 2008년 9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