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나리 2014. 2. 5. 17:53

 

하루만의 위안 /   조 병 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데 있고

흘러가는 한줄기 속에

나는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 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 날이 온다

 

그 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 날을 위하여 바쳐온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 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