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나리 2015. 2. 24. 14:24

라이트를 켜 주세요

                    석란, 허용회



온 세상이 깜깜해요,
염전의 사금파리를 달궜던 불잉걸이
서쪽 바다 끄트머리로 잠수 했어요

라이트를 켜 주세요

사회생활에 지친 혼신이
어둠과 빛의 경계를 물고
안식처를 찾고 있어요

뽕브라 넣은 저- 달은 형광등을 켰네요
초름한 가슴들이 객사처럼 드나들었던

- 별이 등대처럼 명멸(明滅)하고 있어요

어둠이 불빛을 빨아 먹나요?...
불빛이 어둠을 빨아 먹나요?...

혀끝이 옹알이하듯 젖내를 더듬고
해마*가 빨대를 물고 있어요

이 혼신의 블랙홀에 라이트를 켜주세요
경계선이 일렁거려 현기증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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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기관이 보내온 정보를 뇌에 단기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

/ ym 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