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잠이 오지 않은 밤이면
석란나리
2015. 2. 24. 15:14
잠이 오지 않은 밤이면
석란, 허용회
혼자서 잠이 오지 않은 밤이면 귀가 울었다
'서울 ↔ 여수' 구간을 오가는
기차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기적소리는
떨어져 나간 내 연줄을 찾아서 잇고
동화 속으로 역주행을 했다
시냇물이 목욕물 이었던 시절,
미역 감으려고 왕복 두 시간 여 거리를
있는 해찰 없는 해찰 다 하며
참새 떼처럼 몰려다녔던 신작로와 옆 동네의 고갯마루
그리고 '레일 위에서 멀리 걷기' 시합을 하다가
기적소리 들려오면
인근에서 주워 온 쇠붙이에 침을 몽신 발라
레일 위에 올려놓고는 언덕 밑에 숨어 있다가
기차가 뒤꽁무니를 빼는 순간
우르르-철길로 달려들었던 광경들이 떠오른다
남국민학교 고학년이었던 나는
아프리카 원시 부족처럼 창피함도 모른 채
각시바위 서방바위에 나체로 올라서서
한 길이나 되는 냇물 속으로
다이빙을 했던 선 굵은 영상도 떠오른다
이 동네 저 동네 아이들로 북새통이 된 한낮의 시냇물엔
할머니 구연동화의 한 구절처럼
종종, 누군가의 똥땡이가 둥-둥- 떠내려 왔었다
(내가 숨비소리를 질렀던 날에도
누군가의 뇌리엔 암각화가 새겨졌을 게다)
지금, 매미 여치 귀뚜라미 개구리의 합창 같지 않은 소리와
하나 둘 셋... 머릿속으로 숫자 세는 소리가 들린다
/ ym 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