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나리 2015. 2. 24. 15:28

무전병, 귀뚜라미

                     석란, 허용회



겨드랑이의 땀샘을 메워가던 바람이
귀뚜라미의 퀴퀴한 무전병 냄새를
탄피에 화약 쟁이듯 콧구멍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낮에는 빨치산처럼 토굴 속에서 숨 죽어 살던 놈이
오밤중만 되면 외계 행성으로 상황보고 하느라
타전(打電) 소리로 북새통이다

지금,
'지구가 고요해 귀가 울고 있다'
'국화향기 농염이 짙어가고 있다'
'달이 수박 잘린 듯 반절로 쪼개졌다'
'여문 곡식 입 안 가득 차지겠다'
'달콤한 밤 즐기는 자 몇몇 있다'
'눈시울 파리한 님 몇몇 있다'...

귀뚜라미는
지구인들이 모두 자는 줄 알고
무전병 같이 타전 날린다

/ ym 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