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나리
2015. 2. 24. 15:30
버섯
석란, 허용회
북서쪽, 그늘진 산자락에
나무의 골편이 망연자실 흩어져 있다
나무의 진액은 패잔병처럼 숨어들고
끌텅의 동맥엔 버섯이 뿌리를 박고 있다
버섯은 나무사체의 진액을
흡혈귀처럼 빨아먹는데
향은 어찌 이리도 좋은가
‘버섯이 뿌리를 내렸다’는 것은
이미, '상대의 명줄이 실가리처럼 말라가고 있다'는 것
하산 길처 부로의 얼굴에도
'향수의 재료'를 구하려는 그르누이*처럼
검버섯들이 오종종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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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 '향수'에 등장하는 인물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로서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 ym 01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