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나리 2015. 2. 24. 15:52

덜 익은 생각

                         석란, 허용회



입동을 며칠 앞두니
나무들이 앞다퉈
스트립쇼 하듯 옷을 벗었다

세 계절 동안 입어온 옷들이
싫증나서 그랬을까?...

천에 울긋불긋 물감을 들여
빈티지풍으로 만들어 입더니
오늘은 땅 바닥에 하나 둘 내다 버린다

사오락사오락-, 가로수 옷 벗는 소리에
어느 연인들은 낭만과 사랑을 줍고
어느 파리한 생들은 고적과 가난을 줍고

공원 마당 한쪽엔
사회 초년생의 '덜 익은 생각'들이
버려진 옷가지와 뒤섞여 나뒹군다

/ ym 0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