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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리더쉽--이명박시장

석란나리 2005. 12. 11. 10:03
[리더십 연구] 이명박 서울시장
아이디어 내고 밀어붙이는 ‘코뿔 소 리더십’

▲ 1941 경북 포항 생ㅣ 1960 동지상고 야간부 졸 ㅣ 1965 고려대 경영학과 졸, 현대건설 입사 ㅣ 1977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ㅣ 1988 현대건설 대표이사 회장 ㅣ 1992 14대 국회의원(민자당, 전국구) ㅣ 1996 15대 국회의원(신한국당, 종로) ㅣ 2002 서울시장(한나라당)
올 겨울 ‘서울 광장’의 명물로 등장한 스케이트장은 이명박(李明博ㆍ64) 시장의 작품이다. 이 시장이 스케이트장 아이디어를 꺼낸 것은 작년 11월. 어렵게 만든 ‘서울 광장’을 겨울에도 시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하다가 제시한 아이디어라는 게 참모들의 말이다.

하지만 스케이트장 아이디어는 쉽사리 추진되지 못했다. 내부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이 시장의 검토 지시에 실무 간부들은 ‘잔디 훼손’ ‘안전’ ‘예산’ 등 갖가지 반대 이유를 댔다. “공사에만 두 달이 걸린다”며 올 겨울 개장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 시장은 “왜 안된다는 것부터 생각하는가, 된다고 생각하고, 되는 것부터 찾아보라”며 밀어붙였다. “물만 얼리면 되는데 공사가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 “공사비는 선전을 해주면 대줄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반대를 뿌리쳤다. 결국 스케이트장은 착공 보름 만인 작년 12월 24일 개장했고, 여론의 호평이 잇따랐다. 2억원의 공사비를 댄 우리은행은 방송에 연일 스케이트장이 비치면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러한 사례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2002년 서울시장에 취임한 이후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시정(市政)을 이끌어왔다. 자신이 궁리해낸 아이디어를 제시한 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식이다. 청계천 복원, 뉴타운 건설, 시내버스 노선 조정, 서울 광장 조성 등이 모두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그에게서 1970년대 개발연대를 상징하는 ‘불도저’를 자연스레 떠올리는 것도 이러한 추진력 때문이다.

하지만 측근 참모들은 “이 시장의 리더십이 단순한 불도저형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불도저라는 말 앞에 ‘주도면밀’이나 ‘여우 같다’는 수식어를 붙여야 다소 비슷해진다는 설명이다. 본인 역시 자신을 ‘불도저’로 지칭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정 내리기 전까지는 장시간 고심”

강승규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생각하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강한 추진력을 보이는 전형적인 CEO형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주어지면 일단 해답을 찾아가는 스타일이지 막무가내로 일을 밀어붙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도 이 시장이 적어도 3년 이상 궁리 끝에 나온 아이디어라고 한다. 이 아이디어는 1999년 이 시장이 1년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객원교수를 할 때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당시 유엔환경계획(UNEP)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에 매달렸다. 자신이 젊은 시절 에너지를 쏟았던 저개발국의 고도성장에 ‘환경’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접목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보스턴시가 추진하던 ‘빅딕(big dig)’ 프로젝트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도시를 가리던 고가도로를 철거해 대신 지하로 길을 내고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 개발에서 청계천 개발의 청사진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이 선거에서 승리해 시장으로 취임할 때는 고가도로 철거, 청계천 복원 공사법과 심지어 쓰레기 처리에 이르는 세부 계획까지 머릿속에 정리돼 있었다는 게 참모들의 말이다. 가장 큰 난관은 역시 내부의 반대였다.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 시장이 처음 청계천 복원 계획을 꺼냈을 때 교통대란 등을 이유로 서울시 공무원의 거의 100%가 반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교통량 조사를 통해 청계 고가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70%가 시 외곽에서 외곽을 향하는 도심 통과 차량임을 들어 철거의 타당성을 주장해나갔다.

기술진에는 공기(工期) 단축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 기술진의 분석으로는 청계 고가도로를 해체하는 데만 1년이 걸린다는 것이었지만 이 시장은 이러한 보고를 듣자마자 “공기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겠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 회사가 철거하는 데 1년이 걸릴 경우 공구를 셋으로 나눠 각기 다른 회사에 맡기면 공기가 3분의 1로 줄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었다. 타성적인 계산의 허점을 찌른 지적이었다. 실제 고가 철거에는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시장은 ‘서울 광장’ 건설을 결정하기 전에도 6개월간 고민했다는 게 참모들의 말이다. 사실 시청 앞에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잔디 광장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는 고건(高建) 전 시장 때부터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고 전 시장은 수개월간 고민하다가 ‘불가능’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청에서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의견 수렴과 갈등 조정을 중시하는 고 전 시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은 6개월을 고민하고 ‘가능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긍정ㆍ부정적 효과 간의 대차대조를 검토하면서 ‘된다’는 쪽으로 해답을 찾아간 결과였다. 이는 행정을 ‘예술’로 보는 고 전 시장과 ‘경영 마인드’로 접근하는 이 시장과의 차이일 수도 있다.

현장 중시하며 인부·상인들과 대화

이 시장의 추진력은 주도면밀한 준비와 함께 현장 중시 태도에서도 나온다는 게 서울시 간부들의 말이다.

취임 초 청계천 복원 공사를 추진할 때 교통대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서울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노점상 등 영세상인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문제였다. 당시 간부회의가 열리면 국장급 간부들은 상인들이 제시한 조건을 보고했고 이 시장은 “직접 들은 얘기냐”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당연히 국장들의 보고는 현장에 나가 본 주사급 공무원들로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온 얘기였다. 이 시장은 국장들에게 “당신들이 직접 나가 상인의 얘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 당시 서울시가 상인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국장들이 이례적으로 현장을 찾은 결과라는 평이다.

▲ 청계천 복원 모형도를 둘러보는 이명박 시장.

본인도 현장을 꼼꼼히 챙기는 경우가 잦다. 이 시장은 ‘서울 광장’ 공사가 진행될 때 점심 시간 틈만 나면 공사 현장으로 나가 인부들과 대화를 나눴다. 관심사인 건설공법에 관한 세세한 부분까지 묻고 체크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작년에 시청 본관 지하의 리모델링 공사 때도 퇴근길에 습관처럼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 시장은 모든 업무를 실무 담당자에게 일일이 체크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분명 권한 위임형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시청 공무원의 말이다.

이 시장의 리더십은 일을 빼놓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일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성사시키느냐는 관심에 따라 조직과 주변 참모들을 이끄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더십인 것이다. 정치인들이 흔히 보이는 ‘인간관계’니 ‘신의’니 하는 추상적인 덕목 위에 쌓아올리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이명박 리더십’의 약점이고 한계다. 흔히 이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차가움’과 ‘친화력 부족’ 등의 비판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주변 참모들에 따르면 이명박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잡담이다. 아무런 주제나 생산적인 결론도 없이 잡담을 나눌 바에야 혼자 생각하고 책을 읽는 게 낫다는 태도라고 한다. 이 시장의 과거 선거를 도왔던 한 참모는 “아무 내용이 없는 그럴 듯한 말만 앞세우는 정치꾼이 가장 접근하기 힘든 사람이 이 시장”이라며 “정치꾼이 권유하는 의례적인 선거 캠프를 이 시장에게서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출입기자들과 자연스레 술자리를 가지며 사담(私談)을 나누는 일도 흔치 않다. 때문에 시장 재임기간 내내 시청 출입기자단과 이 시장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고 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도 이 시장을 좋아하는 쪽과 싫어하는 쪽이 명확하게 갈린다.

“신의의 리더십과는 거리 멀다” 비판도

반대로 이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기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전문가, 열정과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사람 등과의 대화다. 주변 참모나 공무원들과 불편한 관계가 발생하는 것은 또 이 부분에서다. 오랜 시간 보좌해온 참모들도 ‘신참 전문가’에게 밀리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들한테 공적 자리에서 면박을 주는 일은 자제하는 편이지만 아예 일을 맡기지 않음으로써 거리를 둔다.

과거 이 시장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 입에서 이 시장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화합을 덕목으로 여기는 정치의 세계에서 이처럼 차가운 리더십은 결정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이 시장이 ‘짠돌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돈을 굳이 아끼는 것이 아니라 ‘허튼 돈’을 쓰는 것을 체질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이 시장이 정치인으로서 곤욕을 치른 ‘사고’가 터진 것은 바로 이 부분에서다. 이 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었던 김모씨와 돈 씀씀이를 갖고 다투다 김씨가 선거법 위반 사실을 폭로하는 바람에 1998년 서울시장 도전이 좌절된 적이 있다.

적어도 외관상 화려한 성과를 쌓아올리고 있는 이 시장의 리더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무엇보다 큰 의문이 놓여 있다. 그의 리더십이 과연 공적 섹터를 담당할 만한 양질(良質)의 것이냐는 의문이다. 물론 그의 측근 참모들은 이 시장의 리더십에서 공적 정당성을 찾고 있다. 강승규 기획관은 “이 시장은 도전과 변화를 통해 좀더 나은 환경과 경제와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이 시장의 정신과 하는 일의 근저에는 청교도적 계몽주의자와 비슷한 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장이 벌여온 일들이 대권욕에서 비롯된 전시성이 아니냐는 의문도 쉽게 떨치기 힘들다. 기업인으로서 ‘돈’을 좇던 그가 이제는 ‘표(票)’만을 좇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그가 시장으로서 벌여온 일들에서 조급성을 발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거 현대그룹에서 그를 보좌한 한 인사는 “하늘이 도와서인지 큰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이 시장이 벌이는 일을 보면 위태위태하다”며 “자신의 임기 중 성과를 꼭 내야겠다는 데 집착해 일을 서두르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인 잭 웰치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던 이 시장은 요즘 인도의 국부 간디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고 있다. 잭 웰치와 간디의 간극을 이 시장이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에 이 시장 리더십을 바라보는 궁금증에 대한 답이 있을 것 같다.

정장열 주간조선 기자(j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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