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4(목)/근영여고 졸업(제37회)]
WJ공주의 졸업 스케치
2010. 2
햇살 샤워를 전면에 받고 있던 희멀건 무허가 좌판이
마라톤 결승선 가장자리에 늘어선 인파처럼 북적였다.
발톱 자르고 아랫도리 치장한 꽃들은 해외로 입양될 아이같다.
운동장은, 졸업식 이브행사가 있었던 듯 ;
흙반죽된 얼음으로 뒤엉킨 바퀴의 흔적을 양각해 놓았다.
졸업식장, 강당 앞 좌석 ; 졸업생들은 헤어질 오늘을 붙잡으려고
단짝의 눈동자에 들어 앉아 눈 밑이 벌게지고
뒷 공간 ; 축객은 한 움큼씩 대본을 들고
오디션장의 사람들처럼 대사를 읊조려댔다.
마이크 소리는 귓전에서 튕겨져 나가 강당 써까래에 걸터앉거나
벽에 파편으로 박히고, 나는 양촌리 코가 큰 이장 얼굴이 떠올랐다.
여고 졸업식, 축제이자 축복이다.
졸업반 교실의 문턱을 넘어서 보니,
탄탄하고 포송한 엉덩이가 실크처럼 책상을 덮고
먹물스타킹 뒤집어 쓴 미끈한 다리가
단짝을 돌돌 말아 촉수로 정을 빨아 먹고 있었다.
선생님은 꽃이된 그들에게 졸업장과 앨범을 건네 주며
연인같이 포응을 하고 귓속말을 불경佛經처럼 건넸다.
호명된 교우가 단상으로 올라가면
'울지마^^,노래해^^,춤춰라^^', 단체주문을 했고
받아친 깜짝 쑈는, 갑자기 날아들어 이마를 깬 돌처럼 황당했다.
눈이 교실과 복도에 가벼운 뇌공으로 깃털처럼 내려 앉자
졸업생들은 시위대 행렬을 갖춰 밖으로 나갔다.
발을 동동 굴리며 기회를 엿보던 폭설은
졸업생들이 현관 입구에서 라면발처럼 쏟아져 나오자
교복을 순식간에 하얗게 염색시켰다.
기자같은 축객들이 사진기를 들이밀었다.
유관순 누나가 입었던 그 소복을 졸업생들이 입고는 오늘도 잊은 채
후배들이 치마를 건들거리며 "카라" 의 엉덩이 춤을 추고 있을 때
직속 후배와 엉겨 붙어 약을 팔았다.
학부모들은 제 갈길 바빠서 식솔들을 챙기고...
교문을 빠져나온 큰애기들은 뒤 돌아, 돌아보며
쐐-한 마른눈물로 제 가슴 버무려 교정안에 내려 놓고
부모의 손끝에 매미의 허물만 딸려 보냈다.
풋풋한 속 다 빼놓고 온 WJ공주는
일촌들이 건네준 편지 몇장으로 빈 속을 꾹꾹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