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김순진
나는 뿔이 많습니다
아무 때나 뿔이 납니다
중학교를 안 보내준다고 했을 땐
뿔이 풀밭처럼 무성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갔을 땐
뿔이 많이 길었습니다
대학 가고 싶은 나를 보고
공무원 다니라던 아버지를
받아도 보았습니다
몇 번 망한 나를 가둘 외양간이 없어졌을 때
내 뿔은 쥐뿔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뿔을 마구 휘둘렀을 때
나에게 받힐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 뿔은 개뿔이었습니다
고뿔이 든 채 밤을 새워 시를 쓰고도
사무실 임대료를 걱정해야 하는
나는 아직도 뿔이 납니다
무엇이라도 치받고 싶은 나는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