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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현시 30인 선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 시(詩)의 나들이

by 석란나리 2016. 4. 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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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회 시인작품(바람구두를 신은 랭보의 꿈 -2016년 현대시문학이 뽑은

30인의 작가 참여작)


|바람구두를 신은 랭보의 꿈 -2016년봄엔솔
전체공개2016.04.09. 14:41
         


                                                 

                        


허용회 시인




허용회(許墉會) 시인 프로필

 

아호 : 석란(石蘭)

전북남원 출생

서울사이버대학교 졸업

중앙행정공무원(,,局長 歷任)

 

스토리문학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특별회원 및 동인

한국문학방송 평생 회원

우정예술문화회 회원

현시 동인

  

시향(2011·여름) 50선 작가
≪현시, 2013년 평론가가 뽑은 50대 작가
한국문화예술진흥기금 수혜(2016년)

 

시집 :『냄새가 나는 곳에 유혹이 있다,
        생태계의 속내』,이 가슴에도 물이 오른다        


공저
: 한국문학방송 앤솔러지 '마라강을 건너는 사람들', 
      
   현대시문학 '바람구두를 신은 랭보의 꿈' 60여 편 공저

 

음반 : 새봄 따러 가세[정다운 가곡 KBS FM1(2016. 4.18 방송)]

 

이메일 : huryh0327@hanmail.net

카페,『석란문학』: http://cafe.daum.net/hur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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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詩作은 달관의 삶을 통한 자아의 사상과 정서가 어떤 현상에 대한 관조와 고찰을 통해 

창조적 언어를 토악질하는 예술 활동이라고 정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편적 관점에서 예술의 목적이 <창조>행위이고 인생의 목적이 <행복> 즐기기라고 가정한다면 

진정한 시인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을 때 비로소 선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생의 대간大幹에서나마 일희일비 하지 않고 

'선계仙界에서 벌을 받아 인간세계로 쫓겨 내려온 선인仙人'이라고 별칭되었던 적선謫仙

이백처럼 보헤미안의 생을 구가하며 유구일인지지唯求一人之知하는 마음으로 묵--

인문주의적 시각에서 시작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아울러 필자는 문인의 사명인 언어 확장을 도모하고 난세에 처한 몇몇의 파리한 영혼들에게 

든든한 밧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더 큰 세상

더욱- 살맛나는 세상을 꿈꾸며 시시때때로 작시를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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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징후 9편 / 석란, 허용회



문득

매미의 울음소리가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어젯밤엔

더위의 허리를 꺾어버린 승자처럼

귀뚜라미의 함성이 드세졌으니

정녕 가을이런가


염료 번져 가는 잎새의 끄트머리에 올라앉아

'번지점프'라도 하려는 듯

늦여름의 이슬방울은 몸집을 키우고


감나무에 걸터앉은 연시 몇 개가

옛 추억을 기억이라도 해낸 듯

오가는 사람들을 염탐하고 있다


몇 일 전부터는

마을입구 길섶을 서성이던 코스모스가

하양 자주 분홍색의 옷고름을 풀어 제치고

수줍은 듯

홀리는 듯

화냥년처럼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누구를 위한 몸부림이더냐 ? )


이 가을

염료에 푹- 담그고 싶은 내 마음 자락은

 달아난 가오리연처럼 가을 가지에 감겨

며칠 밤낮을 하늘하늘 거릴거다




    구멍의 유인


구멍은

안락한 기억들이 녹아 있는 자궁,


삼백여 일 탯줄에 기생했던 기억과

유아시절, 놀랄 때면

병아리처럼 무명치마를 떠들고

어미 샅으로 숨어들던 기억들이 녹처럼 슬어 있다


바늘 구멍이라도 보이면

목구멍의 허기처럼

무언가를 밀어 넣어 채워 주고 싶다;

(어디 내 생각 뿐이랴)


흙구덩이를 본 비 바람도

몇 날 며칠

흙먼지를 날라 차곡히 메워 놓은 적이 있었다


불두화가 아닌 이상

반듯한 자물통을 보는 순간,

열쇠를 밀어넣어 미지의 세계를 보고 싶을 거다


구멍은

나중에, 등신불이 들어가야할 또 다른 집




돋보기를 함부로 들여대지 마라

 

그대여

이젠, 파리한 이들의 가슴에

돋보기를 함부로 들여대지 마라


달 밝은 밤, '서리했던 시절

젖무덤을 더듬듯 가슴 조이며

한 입 베어 물었던 검붉은 딸기 맛이 딱- 좋았다'

'훔친 사과가 더- 맛있었다'


그대의 생활엔 타협을 앞세우고

타인의 생활에는 원칙을 강요하는


그대는


정녕, 그대의 가슴 밭에

사선으로 돋아난 아상을

돋보기로 들여다 본 적이 있었던가?

 



  땟국, 골동품 경매장에서

 

골동품에는

땟국이 젓국처럼 스며있다


적송을 켜 만든 진열장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골동품들은

어느 시린 땟국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지라도

기시감이 들어 낯설지 않다


나는,

어느 누대 어머니의 땟국이

흠씬 묻은 개다리소반 위에

양푼 한 개와 접시 몇 개를 올려놓고

엄니의 땟국물로 차려진 콩나물무밥을 먹었다


언젠가, 군 제대 후 초년

동부시장* 왕대포집에서 병치회와 깻잎을 안주 삼아

호이- 호이- 소주병을 비워냈던 땟국물도

뇌리의 꼬질꼬질한 골을 타고 흘러내린다


땟국물을 그리워하는 내게

세월의 땟국은 먼지처럼 쌓여만 가고

내 여자에겐 인연의 땟국물이 난마처럼 얽혀있다


젓국처럼 감칠맛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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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시 완산구 교동(한옥 마을)에 위치한 재래시장





라이트를 켜 주세요

 

온 세상이 깜깜해요,

염전의 사금파리를 달궜던 불잉걸이

서쪽 바다 끄트머리로 잠수 했어요


라이트를 켜 주세요


사회생활에 지친 혼신이

어둠과 빛의 경계를 물고

안식처를 찾고 있어요


뽕브라 넣은 저- 달은 형광등을 켰네요

초름한 가슴들이 객사처럼 드나들었던

- 별들이 등대처럼 명멸(明滅)하고 있어요


어둠이 불빛을 빨아 먹나요?...

불빛이 어둠을 빨아 먹나요?...


혀끝이 옹알이하듯 젖내를 더듬고

해마*가 빨대를 물고 있어요


이 혼신의 블랙홀에 라이트를 켜주세요

경계선이 일렁거려 현기증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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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기관이 보내온 정보를 뇌에 단기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나무가 설국의 칼바람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새봄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된서리 맞고서야

설국으로 이주한 나무들은

절규하듯 하늘을 향해 곱은 손 뻗어 올리며

한낮, 사선을 넘어 오선에 가까운 설한풍의 횡포에

짙게 뜬 초승달이 희멀겋게 사위어 갈 때까지

서러워서 꺼이- 꺼이- 울었다


그렇게, 여러 낮밤이 지난 어느 날

나무의 싹 밥이

사춘기 갓 넘은 아이의 젖무덤처럼

뽈속이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운 이 그리워

한 계절 먼저 나서는 나무들은

설아와 설화에 온몸이 꽁꽁 얼려도

표피 속으로 지기를 나르며

새봄 맞을 싹 밥을 차곡차곡 채우고 있다

 



봄맞이

 

강남에서 돌아온 지지배-- 소리와

제주 유채꽃의 노란 향기는 산허리를 휘감으며

- 산 계곡의 숨 트인 물줄기를 따라 처마 밑으로 왔다


이맘때쯤 엄닌


겨우내 미루고 묵혀왔던

이불 홑청을 양가죽 벗겨내듯 훌렁 벗겨

마을 앞, 또랑에 자리를 틀고 앉아


'추위야 가라

땀내 절은 묵은 때도 가고

지저분한 가난도 떠내려가라'는 듯


양잿물 녹여 만든 비누를 흠뻑- 먹여

빨랫방망이로 힘껏- 두들겨 팼다


엄니가 증기기관차 처럼 입김을 내뿜으며

밥통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22공탄 아랫묵에 언 손을 집어 넣으면


노리끼리한 목화솜이

제 몸에 구석기 시대의 오줌싸개가 그려놓은 듯한

어느 군주시대의 전도를 문신 한 채

벌쓴 듯 윗목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생태계의 속내

 

꽃 필 때가

절정인 줄 아는 여느 세인과는 달리

꽃은 한갓 유혹에 지나지 않았다


낙화했다고, 꽃이 시들었다고

아쉬워하는 여느 행락객과는 달리

낙화는

정작, '임무를 다했다'는 듯

대지 위에 마침표를 찍었다


'낙화해야만 알토란 같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시장기를 달랠 수 있다'

여느 시린 생과는 달리

생태계는

정작, 그 것을 원하지 않았다


곱게 치장된 살이 발리고

씨 껍데기까지 벗겨지고 나서야

생태계는 씨암닭 같이 대지 속에 종()을 품었다





속세와 선계

 

베이징, 어느 무대에 올려진

금면왕조金面王朝 속에서

중국의 화려함과 옛 왕조의 위대함을 보았다


중국의 명소들을 만날 때마다

도원향에 닿은 듯 속세와 선계의 구분은 모호하다


인력을 과시한 곤명호와 만수산

왕권을 과시한 성곽과 구중궁궐

무협지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선경과 협곡들


과거사 속에는

도연명의 향내가 방감한데


요지경 속에는

웃통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한족의 후예들


관광객을 상대로

미끼치기하는 뻔뻔한 성인 남녀들


흥정판에서 돌리는 발길을

금세 따라 나서는 후려치기 반값들


속세와 선계의 경계를 밟고

이화원 물그림자에 아른거리는 적선謫仙들을 만날 때

향신료 버무려진 바람이 콧구멍 속으로 파고든다

 



  연말의 유흥가 스케치

 

12월의 달력이

마지막 잎새처럼 대롱거리고 있을 때

유흥가는 분분하고 착란스럽다


무두질을 기루어하는 사내들은

염문의 샹그릴라를 찾느라

윙크하는 네온사인 틈에서 회똘거린다


너울가지 좋은 사내는

파시의 물 좋은 여인네를 차지하고

선웃음 치며 다가선 어느 여인은

몇 시간짜리 절조마저 휴지통에 구겨 넣은 채

인역이 신은 굽 높이만큼이나 욕망을 도두세운다


음부탕자와 술 음악을 아우르는 보헤미안*의 공간에선

참람스럽게도 세종대왕과 신사임당까지 가세하여

어느 농익은 살내를 파고들었다


사랑의 허기를 비워내느라 멀건이가 된 사내들은

샐녘이 되어서야 빛바랜 달빛가루 어깨에 지고

칼날 같이 시퍼런 귀갓길을 하늘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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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시인이나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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