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할머니
김순진
7019번 버스종점 해거름 모퉁이에 좌판을 펼친 할머니가 옥수수를 삶아 팔고 있습니다 듬성듬성 이 빠진 얼굴로 이 고른 옥수수를 팔고 있습니다 옥수수 껍질 같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할머니 한때 고른 이를 하얗게 벌리며 웃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옥수수를 까며 뽑아놓은 옥수수 솔이 할머니의 머리카락처럼 갈색입니다 한번 흰 머리는 깜장 물을 들여도 갈색입니다 하나 더 달라 떼쓰는 갈색 선글라스여자에게 못들은 척 하얀 시치미 떼며 지난 솥에 찐 옥수수를 쥐어 보냅니다 가끔 손자 같은 어린 손님이 올 때면 새 솥을 뒤져 하나 더 꺼내주는 할머니 얼굴은 금방 하늘색이 됩니다 사람들은 옥수수수염차를 마신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수염을 언제 만져보았는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오늘처럼 장사가 안 되고 무더운 여름날엔 유난히도 할아버지 수염에 목마릅니다 틀니 없이도 꿀꺽꿀꺽 삼킬 수 있는 할아버지 웃음이 조갈증 나는 여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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