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속내
석란, 허용회
꽃 필 때가
절정인 줄 아는 어느 세인과는 달리
꽃은 한갓 유혹에 지나지 않았다
낙화했다고, 꽃이 시들었다고
아쉬워하는 어느 행락객과는 달리
낙화는
정작, '임무를 다했다'는 듯
땅바닥에 마침표를 찍었다
'낙화해야만 알토란 같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시장기를 달랠 수 있다'는
어느 시린 생과는 달리
생태계는
정작, 그 것을 원하지 않았다
곱게 치장된 살이 발리고
씨 껍데기까지 벗겨지고 나서야
생태계는 씨암닭 같이 대지 속에 종(種)을 품었다
/ ym 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