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석란, 허용회
나무가 설국의 칼바람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새봄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된서리 맞고서야
설국으로 이주한 나무들은
절규하듯 하늘을 향해 곱은 손 뻗어 올리며
한낮, 사선을 넘어 오선에 가까운 설한풍의 횡포에
짙게 뜬 초승달이 희멀겋게 사위어 갈 때까지
서러워서 꺼이- 꺼이- 울었다
그렇게, 여러 낮밤이 지난 어느 날
나무의 싹 밥이
사춘기 갓 넘은 아이의 젖무덤처럼
뽈속이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운 이 그리워
한 계절 먼저 나서는 나무들은
설아와 설화에 온몸이 꽁꽁 얼려도
표피 속으로 지기를 나르며
새봄 맞을 싹 밥을 차곡차곡 채우고 있다
/ ym 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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