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목(槐木)
석란, 허용회
마주치는 길을
가다가 가다가
'고관대작이나 학식 높은 선비가 살았었다'는
마을 어귀에 이르면
노거수, 학자나무가 장승처럼 서 있다
주나라 조정 앞에 서서
승상과 더불어 국사를 논했던 괴목이
조선시대 승문원 앞에 서 있었고
'창덕궁' '함안 영동리' '장수 논개사당'에 서 있고
전원주택지, '석란산방'* 뜰에도
청황(靑黃)빛 옷을 입은 젊은 학자수들이 서 있다
어느 마을 어귀에 서서
530여 년간 덕을 베풀고 있는 회화나무가 있는가 하면
신세대답게 염색한 부대 자루를 쓰고
잔뜩 멋을 부린 황금 훼화나무도 있다
임프란트로 몸을 보강한 한 노학자는
풍파에 무른 몸을 쇠 지팡이에 일긋이 기대고
주논개 사당 인근에서
'석란산방' 뜰로 거처를 옮긴 청 홰나무와
제 몸을 성형한 황 괴화나무들은
어느 음유시인의 시 한 수가 생각나는지
창문 언저리를 기웃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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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완주군 구이면 소재에 있는 개인 별장
/ ym 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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