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지의 계절
석란, 허용회
농익은 가을은 땅거지의 계절
여문 가을 산이
등산객들에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머니 젖가슴 같은 속살을 내어준다
다람쥐와 담비들이
잣 도토리 알밤들로 한볼테기 챙기며
겨울 채비를 서두르는 동안
산을 찾은 사람들은
오색 가슴들이 내어 준,
머루·다래·으름·오미자·정금·깨금
능이·송이·표고·상황·노루궁뎅이·싸리·꽃버섯
더덕·도라지·딱주·삽주를 꾸어 오거나
가랑잎 뒤에 숨어 있는 알밤이나 감들을 주워 먹는
한철, 행복한 땅거지가 된다
/ ym 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