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보꽃(연시)
석란, 허용회
1
그늘이 싫어서
꼭꼭, 꽃잎을 닫아 둔 튤립이
육 폭, 빨간 치마를 펼쳐
도둑 같이 월담한 봄볕을 품었네
지난, 늦은 가을날
시신을 돌담가에 풍장시켰던 나비의 영혼이
제 짝을 다시 찾은 양
치마 속에서 너울거리네
해걸음이
서산마루에 걸터앉을 무렵
튤립은 밀어를 끝낸 듯 꽃잎을 닫네
2
얼마나 지났을까?
고샅길에 수은등이 켜지고
권삼득로* 40대 번지, 쇼윈도 속의 갈보꽃이
마네킹처럼 앉아 있네
갈보꽃이
양귀비꽃보다도 더- 이뻐서 슬펐던 어스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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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곽을 끼고 있는 도로 명
/ ym 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