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땟국, 골동품 경매장에서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by 석란나리 2015. 2. 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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땟국, 골동품 경매장에서

                        석란, 허용회



골동품에는
땟국이 젓국처럼 스며있다

나는,
어느 누대 어머니의 땟국이
흠씬 묻은 개다리소반 위에
양푼 한 개와 접시 몇 개를 올려놓고
엄니의 땟국물로 차려진 콩나물무밥을 먹는다

적송을 켜 만든 진열장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골동품들은
어느 시린 땟국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지라도
기시감이 들어 낯설지 않다

언젠가, 군 제대 후 초년
동부시장 왕대포집에서 병치회와 깻잎을 안주 삼아
소주병을 비워냈던 땟국물도
꼬질꼬질한 뇌리의 골을 타고 흘러내린다

땟국물을 그리워하는 내게
세월의 땟국은 먼지처럼 쌓여만 가고
내 여자에겐 인연의 땟국물이 난마처럼 얽힌다

젓국처럼 감칠맛 나는,

/ ym 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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