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없으면 아품도 없다
이따금, 존재하는 검으튀튀한 '기억'들 때문에
파랗게 질린 내 영혼은
칠흑같은 심연의 바닥에서 햇빛을 갈구하는 싹 같은
코릿코릿한 장내를 찿아 헤매는 구더기나 파리 같은
노숙자의 원초적인 갈구 같은
반감어린 생의 지령에 통증이 일렁인다
육신이 세월에 삭아
이따금 수선을 위한 마취액이 밀물처럼 육신으로 스며들 때면
'기억'은 유체이탈을 한 것인지
앙칼진 고양이의 날 세운 발톱처럼
메스가 표피에 핏자국을 튀기며 지나갔을 터인데
정신적 통증은 기억조차 없다
보들보들했던 육신은
내 삶의 노정, 어딘가에 빠뜨리고
희멀겋고 꼬깃꼬깃한 늙은 시간들의 등짐과
기워진 가죽 부대 덜렁 걸치고
앞 산 어딘가에 뿌리를 둔 '미로'의 출구를 찿아
발걸음이 빛의 온기를 더듬고 있다
/ ym 0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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