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연시)
2015.02.24 by 석란나리
풍요속의 빈곤
취동
직장 일기
잠이 오지 않은 밤이면
연말의 유흥가 스케치
생식
상 어른
허수아비(연시) 석란, 허용회 1 허수아비의 행색이 애처롭다 아비의 몰골은 영락없는 품바 같다, 삐틀어진 이목구비에 헤진 윗도리 하나 걸치고 왜가리 여울목 넘겨다보듯 외발로 서있다 (아비 이전의 행색이 저러지는 않았을 게다) 아비는 생의 허허벌판에서 어딘가를 물끄러미 주시하..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2015. 2. 24. 15:18
풍요속의 빈곤 석란, 허용회 머슴들은 '없어서 못 먹고 주지 않아서 못 먹었다'고 했다 엄닌 '보릿고개 넘던 시절엔 없어서 못 먹었고 노쇠해지니 입맛 없어 못 먹겠다' 하신다 배곯은 시절이 꽁무니를 감춘 지 오래,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넘쳐나는 세상 이래저래 찢긴 몸 구멍으로 허전함..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2015. 2. 24. 15:17
취동(吹動) 석란, 허용회 하늬바람 산듯 부니 나무의 치맛자락이 나풀거린다 샛노란 은행잎, 돈다발이 꼬리를 치니 이성과 감성의 경계가 흔들거린다 다색 찬란한 음식을 이감(二感)*이 먼저 먹으니 혓바닥마저 꿈틀거린다 한 세력의 수장이 서대고 나니 아프리카 원주민의 흰자위가 커..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2015. 2. 24. 15:16
직장 일기 석란, 허용회 내가 외사랑하는 이는 우체국에 있다 그는 일과 시간 중, 줄곧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장시간 자리를 비웠다 돌아와 보면 치매에 걸린 듯 시치미를 뗀다 그의 닫혀 버린 마음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정답을 입력해야만 창을 열어 주었다 지금은 살갑게 대해주..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2015. 2. 24. 15:15
잠이 오지 않은 밤이면 석란, 허용회 혼자서 잠이 오지 않은 밤이면 귀가 울었다 '서울 ↔ 여수' 구간을 오가는 기차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기적소리는 떨어져 나간 내 연줄을 찾아서 잇고 동화 속으로 역주행을 했다 시냇물이 목욕물 이었던 시절, 미역 감으려고 왕복 두 시간 여 거리..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2015. 2. 24. 15:14
연말의 유흥가 스케치 석란, 허용회 12월의 달력이 마지막 잎새처럼 대롱거리고 있을 때 유흥가는 분분하고 착란스럽다 무두질을 기루어하는 사내들은 염문의 샹그릴라를 찾느라 윙크하는 네온사인 틈에서 회똘거린다 너울가지 좋은 사내는 파시의 물 좋은 여인네를 차지하고 선웃음 치..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2015. 2. 24. 15:13
생식(生殖) 석란, 허용회 세상 모든 생물은 교미의 산물, 누대- 누대- 누대의 아비들은 생식의 기회를 얻기 위하여 전사처럼 싸워왔을 것이다 승자의 전리품은 밀가루 반죽, 종의 생식을 위하여 죽도록 치대다가 입이 벌어지는 순간 종의 파종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여왕벌에게 생식을 마..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2015. 2. 24. 14:57
상 어른 석란, 허용회 사시사철 생이 타들어 가는 상 어른 몸에서 단풍 냄새가 났다 국궁처럼 휜 어깨엔 전사의 영광스런 생채기가 아른거리고 이 악물며 살았던 젊은 날들이 상 어른의 퇴적층 같은 이빨을 발치해 갔다 듬성드뭇해진 이와 머리숱 틈새 벌어진 뼛구멍과 생각들은 보는 이..
석란의 시(詩) 문학/석란의 시 세계 2015. 2. 24. 14:56